10대, 청소년의 창작공간

1 청소년과 청소년교육의 현재

현재 청소년은 자율적인 판단과 행동이 힘들다. 누군가로 부터 정해진 스케줄에 움직여야 하고, 장래희망은 직업과 연관된 그 무엇인가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기만의 시간을 위해서는 허락을 받아야 하는 현실에서 자율성이란 그저 아이디어에 그친다. 모든 상황은 청소년을 자신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포장되어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것에 대한 면죄부가 생기곤 한다. 청소년은 내일의 주인공이 아니라 오늘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그저 언어유희에서 그쳐버린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모두가 현재를 살아가고 있지만, 그들의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유예시킨 것에 대한 성찰은 현실이 되지 못했다.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능력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형식과 내용을 가진 능력이 필요해 졌으며 더욱 분화될 것은 분명하다. 합리적 판단이나 정의로운 인간행동을 제약하기도 하는 규범과 질서 등은 사회적으로 요구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능력이 있다. 노동능력을 기본으로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리터러시 능력과 정보를 운용하는 능력이 필요해졌다. 우리는 개인의 모든 행동과 행위가 노동과 생산성으로 연결되는 사회에서 살아왔다. 한국사회의 다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리터러시와 정보습득 능력은 제도 속 교육을 통과하면서 주입교육이라는 오명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그 꼬리표를 떼내지 못한채로 21세기에 들어섰고 학력은 높아졌지만 교육의 질이 낮아졌다는 평가로 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지금 아동과 청소년에게 요구되는 능력(이른바 social skill)은 무엇일까. 타자의 존재와 이유를 감각적으로 느끼고 행동하는 이해와 경험.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누군가를 지배하는 권위욕망에서 벗어나, 타자와 함께 경험영역을 넓히려는 의지를 배우는 것이 우선이다. 이 능력은 창의적 발상과 창작공간안에서 가장 필요한 능력이다. 조립식 키트를 조작하고 혼자만의 장난감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면 협업은 필수적이다. 공감능력을 배가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법론이 존재한다. 그 방법론의 절대다수는 리더십의 다른 측면으로 강조되면서 상품화 되었다. 누군가를 지배하기 위한 공감방법론이 등장했다는 뜻이다. 품고 있는 야심이 외부세계와 만나는 순간 공감력은 사라진다. 아동과 청소년에게 공감능력은 다름 아닌 평등한 구조와 환경에서 만나는 협업과정이 존재하는 놀이판이어야 가능하다. 비정형성이 보장되고 자유로운 놀이의 상황이 일상이 된다면 자연스럽게 얻어낼 수 있다.

2 창작공간에 초대하는 작업자

여기서 말하는 작업자는 예술을 기반으로 하는 작가, 공학도의 각종 실험, 대화를 기초로 하는 스토리텔러와 행위자를 포함한다. 특정한 장르 기반 전업작가나 판매용 소품을 제작하는 메이커등을 지칭하지 않는다. 워크숍에서는 장르에서 자유롭고, 다양한 물리적 재료를 만지고 조작하며, 상황에 적응하면서 무엇인지 모르는 곳을 향해서 달리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패로 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작업하는 사람을 말한다. 무엇인든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허무하다. 시간과 공간으로 부터 제약은 당연한 것이어서 작업자의 철학과 관점이 중요하다. 단지 테크니션을 초대할 것이라면 누가 무엇을 어떻게 디자인하는가에 대한 중심이 빠져버리고, 인문학을 이야기하자면 조작가능한 다양한 장치들이나 재료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 작업자들은 이 공간에 위치하면서 본인이 가장 “꽂혔던” 그 무엇인가로 부터 시작한다. 그것이 작업자의 청소년기와 닿아 있길 바라야 한다. 작업자의 현재를 보면 생산적인 공정에서 부터 온 것이 아니라 무모한 시도나 각종 실패의 경험이 쌓여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작업자 마다 다르겠지만 갑자기 무엇인가 해보겠다고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나를 행동하게 만들었던 영감이 이번 워크숍의 가장 큰 재료가 되어야 한다. 매력적으로 보였던 재료, 쓸모없는 것을 반복적으로 만들어가면서 즐거웠던 기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작업자를 유혹했던 순수한 끌림과 나의 감각을 진동시켰던 것이 워크숍에서 다루어야 하는 작업이다.

3 파일럿 프로젝트의 구상

예측가능한 프로젝트는 금세 시들해진다. 그리고 예측 가능하다면 이미 프로젝트로써의 성격을 잃고 만다. 하지만 다수의 청소년관련 교육및 작업세팅에서는 프로그램과 프로젝트를 구분하고 있지 않다. 창작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경험 또는 실험으로 얻어야 하는 정보와 내용이 있다. 1)워크숍에서 따른 적정인원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2) 창작자가 적합한가 교육자가 적합한가 3) 재료와 예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분배하면서 운영할 것인가 4) 프로젝트 결과를 무엇으로 볼 것인가 등. 단 하나인 이 공간과 이곳의 사람들이니까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형식을 찾아내야 한다. 즉, 실험설계와 실행은 필수라는 뜻이다. 파일럿을 게을리 하고 예측가능한 프로그램을 구매-판매하는 행위가 일어난다면 창작공간으로 기능하기 힘들다.

4 창의력교육의 허구성

교육상품을 판매하거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서 창의력 교육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재료를 탐색하고, 스스로 선택한 행위자가 되었을 때 창의적인 발상과 행동으로 이어질 뿐이다. 제공한 창의력 훈련으로 창의적인 인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때 작업자(교육행위자/설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가장 문화적인 환경을 세팅하는 것과, 창의적 발상을 방해하지 않도록 피해주는 것 이외에는 거의 없다. 아동/청소년은 창의적인 발상으로 세상을 살아갈 힘을 내재하고 있다. 교육이 동기를 제공하기 보다 완성된 교육과정안으로 아동/청소년을 견인하고 있기 때문에 발현할 수 없었던 창의력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창의력은 교육되는 것이 아니라 내재한다. 그 신뢰가 기반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각종 장치를 마련했으면, 그에 따른 교육과정을 설계했기 때문에 창의적 발상을 제한 했다. 모든 아동과 청소년은 창의적이다. 무작위 재료(radomized material/stuff)를 제공해 주었때 주도적 발상을 구현하려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드러난다. 또한 이런 각 재료들의 조합은 테크놀로지와 결합할 수 있으며, 그 결합은 작업자와의 협상 또는 협업으로 행동화한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사회의 아동/청소년일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인식하자. 전인적 교육과정을 지향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규교육과정의 순위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다. 학교를 벗어난 활동. 즉 방과 후라는 한계를 여전히 갖고 있고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좋을법한”선택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