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식이란 걸 외우라고 강요하던 문제풀이 시간이 싫었다.
    외우면 답을 맞출 수 있는데, 왜 외우지 않느냐고 반문하던 교사에게 잘못이 있었을까?
    무조건 미래를 보장한다는 위선 가득한 과장법은, 도박에 가까운 입시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우선이라고 밖에 말하지 못하던 그들의 직업정신이라고 해야 맞는 말인가?
    아무튼 나에게 수학은 참 힘든 과목이었다.
    중학교 때였나...?
    성적이 좋지 않은 친구들을 모아놓고 1:1로 매칭해서 방과후에 교실이 열렸다.
    한 반이 70명이 되던 때라 1등에서 10등 열명, 61등에서 70등 열명이 수업 끝나고 한시간씩 남았다.
    그때만 해도 난 왜 아이들이 공부를 못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어했던 시절이었다.
    그냥 외우라고 하면 외워서 시키는 대로 답을 쓰면 시험에서 틀릴 일이 별로 없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더라. 훨씬 어려운 점수 따기라는 걸 몇 년전 수능문제를 풀면서 멘붕이란 걸 경험했;;)
    나에게 매칭된 친구는 참 조용한 성격이었다.
    수학을(무려 나에게 수학을....???)가르쳐 달라고 했다.
    나는 그 친구가 왜?라고 묻는 대부분에 그냥 그런거야. 원래 그래....를 연발했다.
    그 과외가 있던 2-3주동안 내가 진짜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정확히 알았다.
    그리고 아주 냉정하게 수학에 관심이 사라졌다.
    좀 충격이 컸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데 문제를 풀고 있더라. 이런게 일종의 트라우마 같은 것인데, 설명하지 못하면 내가 아는 것이 아니라고 계속 생각하게 되었다.

  2. 감각할 수 있는 자연계의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들과 달리 수학은 추상적인 언어다.
    미/적분이 체계가 생기지 않았다면 지금 살고 있는 현대식 건축물이 세워질 수 없을테고, 네비게이션이란건 불가능했을게다.
    피타고라스는 파동수로 음계를 만들고, 피보나치수열은 피아노 건반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런걸 찾아내고 계산하기 위해 언어로 만들었다는 건 여전히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