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환경문제에 대응하는 예술교육 실험실인 '순환랩' 사업을 위해 자료를 찾고, 논문을 읽(어낼 수 없는 연구가 다수)고 다큐멘터리나 위키리크스를 뒤졌다. 알면 알 수록 암담하기만 하니까 공부를 멈추고 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해야 했다. 뭐 하나 먹을거리도 안전하지 않고, 걸어다니면서 보이는 모든 풍경에도 비위가 넘쳐났다. 삶이 부정적인 감정으로 가득차고 있으니 존재하는 것 자체가 참 한심해지더라.
우리나라에서 생각보다 답이 분명하고 당장 해낼 수 있는 것이 있는데, 그게 한반도 운하건설을 목표에 두었을 거라고 의심하는 4대강 사업이다. 현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는데 결국 해낸게 거의 없다. 강물의 흐름만 만들어도 생태계의 순환을 다시 회복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그나마 열린다. 뭘 더 할게 아니라 인간이 가둔 물구덩이가 된 강. 그래서 보 해체하는게 그리 힘든 일인가. 답이 나와 있지만 할 수 없는 일 투성이인건 알겠으나, 당장 썩은 물 마시고, 피부조직을 망가뜨리는 샤워를 하고 있으면서도 미적거리는 건 여전히 미스터리다.
몇 달 전부터 낙동강 주변에서 나온 농산물을 사먹지 않는다. 대구나 부산에 출장가면 가급적 음식을 피하고, 당일에 다녀오려고 한다. 피곤한 것 보다 상위의 스트레스가 된 셈. 알면 알 수록 더 삶이 괴로운데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게 가장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