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라스코 동굴벽화를 보면서 몇 명의 아티스트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라스코 동굴벽화가 인류가 그린 첫 번째 그림은 당연히 아니고 그 보다 몇만년 앞선 예술 행위는 각지에서 발견되었다. 하지만 라스코 동굴벽화는 잘 알려진 그림이기도 하고, 표현방식이나 예술적 각성을 이야기하기에 적합하다. 우리의 대화는 어디서도 본적 없는 최초의 경험과 독립성을 가진 설렘에 대한 것이다. 현재 우리는 인류의 문화유산이라고도 하고, 시대를 초월한 작품이라고도 하면서 역사 속 시각예술품을 보며 산다. 더구나 미디어는 각종 작품을 다채널로 재생산하며 우리 가운데 있다. 잠깐 그리는 행위를 생각해 보자. 무엇을 그릴까 관찰을 시작한다. 피사체에서 중심이 되는 선을 나의 감각으로 옮겨 넣는다. 그 작업이 쌓이는 과정이 수련이고, 그 반복 행위가 모여서 작가가 탄생한다. 라스코 동굴벽화를 그려 넣었을 그때, 비교할 그림도 없고 다른 그림을 본 경험이 없었을 그 상황은 표현의 자유가 극대화된다. 그들은 행위를 무엇이라고 정의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더욱 실험적일 수 있고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 초기 인류가 남긴 드로잉은 잘 그리고 못 그린다 뿐 아니라 그 행위가 무엇인지조차 비교할 대상이 없었다. 즉, 지금의 행위에 온전히 집중하고 작업할 수 있으며 독립적이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