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의 방

  1. 공간(空間/space) 공간은 시간과 더불어 세계의 기본형식에 해당합니다. 물성의 존재방식을 구현하는 장(場/field)이자 사건의 매개 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공간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다는 뜻입니다. 인간의 모든 행동은 공간안에서 일어나고, 공간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공간은 수학, 천문학, 물리학등의 자연과학에서 연구하고 정의하려 시도하지만, 철학, 심리학, 종교 역시 이 공간에 대해 성찰하고 해석합니다. 공간 만큼 다양한 조어가 가능한 언어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2. 문화와 공간 간혹 청소년을 자녀로 둔 부모특강 후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우리 아이랑 대화가 줄어들어요. 더 많은 대화를 위한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물론 여러가지 복합적인 가정의 환경과 다양한 이유에 의해서 부모가 바라는 행동과 자녀의 행동이 달라집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질문이 생깁니다. 다름아닌 공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대화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사건에 해당합니다. 집에서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 궁금해 집니다. 어느순간 거실에는 커다란 TV가 놓여져 있고, 소파는 TV를 일방적으로 향해 있습니다. 사람이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스크린을 마주보고 앉게 되는 구조라면 대화의 공간일까요? 문화와 공간은 이렇게 밀접하게 상호작용합니다. 대화문화가 인간관계 안에 존재하길 바란다면 그에 따른 공간에 대한 탐색과 정착이 우선시 되어야 합니다.

  3. 10대의 프라이버시 인간은 독립적 성장을 위해 다양한 인간관계 안에서 다양한 실험을 거듭해야 합니다. 건강한 자아형성을 위해 우선시 해야 하는 것 역시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지는 것입니다. 그 질문이 타인을 통해서 흘러 들어오겠지만, 의도와 무관하게 강요 섞인 설득이라고 느끼는 순간 질문이 의미를 상실합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 중요해 집니다. 그 질문과 대답의 반복은 방해받지 않는 사적공간에서 발생합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 즉 삶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독립적 개체로서 사회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낀 다면 개인에게 시간과 공간이 필요합니다. 절대자유의 세계를 10대에 경험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자기판단의 옳고 그름이나 삶의 균형을 찾아나가는데 어려움을 겪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우리는 10대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공간의 주도권을 넘길 용기가 있을까 생각해 봐야 합니다.

  4. 무엇을? 이번 시즌에선 물리적/심리적/정서적 공간을 다룹니다. 가족구성원인 타자와 함께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둡니다. 이때 10대는 자기의 공간에 대한 규칙과 물리적 성질을 달리하는 다양한 상상력으로 재구성, 리셋, 변화를 모색합니다. 물론 그것이 현실의 자기 공간에서 구현되지 못하는 다양한 조건이 있을겁니다. 하지만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조금 새롭게 자기 공간에 대한 성찰과 관계방식에 대한 객관적 관찰과 조망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워크숍은 여전히 다양한 도구와 테크놀로지로 구성합니다. 다만 가장 본질적 접근을 위해 감각적 재미와 즐거움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을 예정입니다. 호기심만으로 접근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10대의 방. 우리 자녀의 공간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