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전 내셔널트러스트에서 선정한 12세가 되기전에 꼭 경험하길 권하는 리스트가 있었다. 나무타기, 큰 언덕에서 굴러 내리기, 야생 자연에서 야영하기, 나무 은신처나 동굴 같은 아지트 만들기, 물 수제비 뜨기, 빗속에서 뛰어다니기...등등. 이 리스트를 보면서 반드시 꼭 해봐야 할 것이 아니더라도 위험하여 금지되거나, 그런 환경을 만나는 것은 특별한 이벤트가 되어 버린 한국의 문화환경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동네에서 친구들과 뛰어다니기도 쉽지 않은 한국의 12세 전후 사람들에게는 참 힘든 경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창의력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무엇인가 만들고 조작하고 사용하는 경험을 통한 창의성 발견은 발생환경에 근거할 수 밖에 없다. 자연이 가까이 있지 않고, 인위적인 공간이 전부인 성장환경에서 창의성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단지 창의성을 흉내내거나, 조악한 관념을 창의라고 말하기 쉽다. 경험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