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설계에 앞선 피교육자의 입장에서 생각하자.

어린이와 청소년을 만나면서 당사자 입장을 고려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런데 그것이 쉬운일은 아니다. 그런 사고의 기초가 되는 것이 비슷한 상황의 규제를 상상해 보는 연습방법이 요구된다. 다음은 상상시나리오의 몇 가지 예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상황과 완전히 독립적이거나 문화와 동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할 순 있겠지만 시나리오로 상상하면서 당사자는 어떤 느낌을 가지게 되는지 유추해 보는 것이다.

1) 성인건강보호법이 입법되고 술은 45세미만, 담배는 60세미만이 구입할 수 없게 된다면... 2) 중. 고등학교에 콘돔자판기가 설치되고 보건실에서 피임약을 나누어 주는 제도가 생긴다면... 3) 의무교육이 대학까지 확대된다면... 4) 대한민국의 모든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직장인 두발규제가 시행된다면... 5) 근로기준법이 1일 근로시간을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4시간으로 규정한다면...

“아는 것”에 관심이 간다. 사람들이 모여서 연예인들의 루머를 끊임없이 하고, 뉴스에 그들의 사생활을 보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인 관계는 아니지만 공통적으로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렇다. 아는 사람의 기준이 모두 다르겠지만, 텔레비전에서 자주 보았던 사람을 친근하게 느끼는 시대에 살고 있기에 자연스러운 것이다. 아는 사람이 나오기에 텔레비전은 더욱 재밌어지고, 그렇게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 최근 가수는 웃겨야하고 개그맨은 과장된 변장을 서슴지 않는다.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한 이유는 아는 만큼 보이고/아는 만큼 들리고/아는 만큼 관심이 가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교육설계를 할 때 어떻게 ‘아는 것’을 마주하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어야 하는 장면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잘 사용/활용할 수 있는 적극적인 방법론을 말하는 것이다. 아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은 내가 습득한 지식을 대입하여 문제를 해결하거나, 어떤 특정한 상황에 대한 메타적 관점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못하는 것을 해내거나,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달성했을 때 박수를 보낸다. 인류의 몇%가 해낸 성과를 보고 모든 사람들에게 헛된 희망을 불어넣는 것은 정당해 보이지 않는다.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우리가 개발해야 하는 것이나, 잠재력을 끌어올린 것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전자는 인류의 몇%고 후자는 대다수의 사람들에 가깝다. 간혹 인용되는 소극적 교육(루소가 말한)이란 잠재력을 극대화시키는 일종의 방법론에 가까운 발상이다. 즉, 교육자의 개입이 최소화 되었을 때 잠재력이 발현되고 자생력을 기반으로 하는 교육내용이 발생한다. 나 스스로 어떤 교육적 태도를 준비하고 있는가를 다시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