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4월 17일, 미국은 1,400명의 반카스트로 쿠바 추방자들로 구성된 무장 군인들을 쿠바 남부의 해안 피그만으로 침투시켰다. 쿠바의 카스트로 정권을 몰아내고 친미 정부를 수립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여러 위험 요인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실행된 이 작전은 결국 실패하고 만다. 1,2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죽거나 체포되었고, 미국은 포로들의 몸값으로 5,000만 달러 상당의 식량과 의약품을 지불해야만 했다. [피그만 침공사건]은 당시 미국 내 최고의 군사전문가와 상황분석가들이 참여하여 내린 결론이었다. 의사결정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만장일치를 이루어내야 가장 합리적일 것이라는 중압감은 결국 엄청난 인명피해를 가져왔다. 더구나 최고의 전문가로 구성된 그 회의구조와 결정내용은 실행에 옮기기까지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결속력이 높은 소수의 의사 결정 집단이 대안에 대한 분석과 이의 제기를 억제하면서 공동의 합의를 쉽게 이루려고 하는 왜곡된 사고 유형을 “집단사고의 오류”라고 말한다. 결국 집단 사고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집단 착각 현상인 셈이다. 위의 사례뿐만 아니라 미국의 베트남 확전 결정, 히틀러의 유태인 학살 등도 집단 사고의 예라 할 수 있다."

이는 조직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는 집단에서 종종 발생되며, 그 발생 원인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꼽을 수 있다. 공동체의식이 강한 것은 조직의 강점으로 보이지만, 리더에 의해 주도된 공동체이거나 대의명분을 따르는 사람들이 조합한 의식일 경우에 발생한다. 이때 옳고 그른것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또 다른 경우는 집단에 속한 성원이 속된말로 가방끈이 긴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실수와 실패를 경험한 적 없을 때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읽고 듣고 배운것이 그 경험을 했다고 착각한다. 그래서 빈틈없을 것이라는 추정이 생긴다. 집단 사고가 발생하면 의사 결정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견된다. 우선 대안의 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대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다수가 선호하는 안에 대해 비판적 사고에 입각한 재검토가 어렵다.

집단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막는 방법은 없을까. 집단사고의 오류를 주장한 사람은 미국의 심리학자 어빙 제니스다. 그는 조직이 집단 사고에 빠지지 않기 위해 사안을 공개적으로 논의하거나 리더가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를 만들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논의 집단 자체를 이원화한다. 이 두가지 조차 실행할 수 없는 경직된 조직이라면 제기된 주장에 대해 흠을 잡는 반론 대변인을 의도적으로 두는 방법이 있다. 집단 사고는 어느 조직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집단의 구성원들이 집단 사고가 발생하는 원인과 징후들을 공유하는 한편, 집단내 브레이크 장치를 미리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 개인에 비해 오히려 집단이 더 극단적으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로마교황청에서는 교황을 선출할 때 의도적으로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이라는 제도를 두었다고 전해진다. 추천이 될 정도라면 이미 교회 내에서 검증된 위인이기에 교황이 될 재목이 아니라고 트집을 잡는 다는 것은 힘이 들었으며, 교회내의 입지도 문제가 되었다. 그 완충작용이 ‘악마의 대변인’이라는 제도였다. 투표권을 가진 사람들과 추천인들은 그가 왜 교황이 되어야 하는가를 말하는 동안, 비숍중의 한 사람은 ‘악마의 대변인’이 되어 그가 교황이 될 수 없는 이유를 말하는 것. 우리의 의사결정 구조안에는 악마의 대변인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