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미디어교육워크숍을 열면서 썼던 글.

“방법론으로부터”의 자유

1 이해는 되나 놀라운 미디어경험

대학생을 대상으로 스토리텔링과 영상편집 강의가 있었다. 강의가 끝나고 각자의 작품을 만드는 시간이다. 어느 학생이 나와서 묻는다. "선생님...혹시 이 노래 아세요?" 라면서 콧노래로 흥얼거린다. 익숙한 멜로디다. 하지만 제목은 모르겠다. 그러자 다시한번 콧노래를 불렀다. "이거요...딴따라 라라라라 따라라라라 딴따라 라라라라 라라라..."

누구나 이 멜로디를 들으면 알만한 곡이다. 그런데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다. 이 곡을 사용하고 싶다 해도 제목을 알아야 쓰지. 그런 비슷한 느낌의 곡을 찾아볼까라고 말하던 중, 그 학생은자기 컴퓨터로 돌아갔다. 그리고 잠시후...활짝 웃으면서 나를 불렀다. "선생님...찾았어요!!!" "검색창에 그냥 딴따라 라라라라 따라라라라 딴따라 라라라라 라라라...라고 쳤더니 나왔어요. 하하하" 한참을 웃었다. 놀랍기도 했고. 멜로디를 텍스트로 찾다니 정말 놀라운 일 아닌가. 그 텍스트로 유추해서 제목을 알려준 사람도 그렇지만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도 재미있고 “딴따라...”를 검색해서 찾아냈다는 것도 즐거웠다. 그 학생이 찾았던 곡은 Steve Baracatt의 "The whistler's song"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나누어 주고 싶은 마음이 모여, 우리가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있다는 사소한 증거다.

2 김치찌개 맛있게 끓이는 방법

김치찌개를 맛있게 끓이고 싶다. 매운 음식을 잘 못 먹지만 간혹 김치찌개가 생각나는 경우가 있다. 아주 강한 불에 찌개를 끓여야 맛있다고 하는데, 그 때문에 영업용 가스렌지를 사는 것은 오버라고 생각된다. 나의 방법은 대충 이렇다. 김치를 송송 썬다 -> 김치위에 들기름을 충분히 붓고...불위에 올린다. -> 바글바글 소리가 날때 한번 휘 저어준 다음. -> 아주 살짝 탄내가 나면...물을 붓는다. -> 보글 보글 끓었을 때 필요하면 약간의 소금으로 간을 하고 -> 양파와 참치캔 하나를 넣고 한번 더 끓인다. 끝. 그렇지만 아무리 위의 방법을 써도 김치가 맛이 없으면 제 맛이 안난다. 미디어교육 워크샵을 기획하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 워크샵에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을 '가장 전달하기 어려운 것'이 되어 버리는 게 구체적인 방법론이더라. 편집을 아무리 잘해도, 에프터 이펙트로 화려하게 마무리해도, 색보정으로 세련된 감각을 입혀도. 좋은 작업을 위해서는 최초의 작업(원본인 촬영분)이 갖는 아우라를 벗어나는 법이 없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 주어야 하나? 김치찌개의 맛은 김치에 달려있다고 말해야 할까?

3 로이 디즈니의 말

꽤 오래전에 월트 디즈니사의 로이 디즈니가 한국에 다녀갔다. 그때 어떤이가 질문했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로이 디즈니의 대답은 “우선 첫째로 스토리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답은 “둘째는...스토리입니다. 그리고 셋째, 스토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