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양품의 삐딱함

JOB SOUND 2023-06-20

한때 노재팬운동이 한창일 때 무인양품 대체품이 있는지 찾고 사용했었지만, 적절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난 무인양품에 대한 충성도 따위가 높은 편에 속한다.
일본 제품이라 옷이나 가구는 내 신체 사이즈와 너무 달라서 아예 구경도 하지 않는다.
주로 생활용품을 쓴다.
그릇을 포함한 주방용품, 욕실, 청소, 가전제품 일부분은 거의 무인양품에 의존하며 살았던 것 같다.
무인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과하지 않은 디자인, 최소화한 포장, 그에 걸맞는 제품가격이다.
과한 스티커가 붙어 있지도 않다. 이름 그대로 상표가 없는 좋은 물건이다.

제품 디자이너의 생활철학이 담겨 있어서 좋아하지만, 정작 무인양품 매장에 가면 그 기준이 사라질 때가 많다.
뭔가 제품과 판매장의 삐딱한 불균형을 느낀다.
키친타올은 최소로 쓰려고 하지만 기름 닦는 종이를 신문지로 쓰려해도 구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키친타올을 사서 쓴다.
합정동 메세나폴리스에 있는 무인양품에 가서 키친타올이 어디 있냐고 물었다.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저희 매장에 키친타올은 없습니다"
분명 여기서 사서 썼는데 내 착각인가? 라고 생각하며 이것 저것 보는데 눈에 보였다.
나에게 그렇게 안내한 직원이 옆에 있길래 집어 들면서 여기 있다고 말하자 직원이 말한다.
"아. 키친페이퍼요?"
좀 기가 막혔다. 키친페이퍼라는 무인양품의 정확한 명칭을 말하지 않으면 물건을 찾을 수 없다면 사람직원을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

악연인지 "키친페이퍼"와는 사연이 또 있다.
신도림 디큐브시티 지하 1층 매장에서 집에 가는 길에 키친타올을 사러 들어가서 정확히 뽑아쓰는 키친페이퍼를 찾는다고 직원에게 물었다. 무인양품에서는 두루마리와 뽑아쓰는 키친타올을 생산하는데, 질이 다르다. 나는 기름 닦아내는 용도로만 사용하기 때문에 뽑아쓰는 제품의 질이 가장 적합하기 때문에 꼭 그걸 사서 쓴다.
신도림 매장에는 두루마리 밖에 없어서 직원에게 물은 것이다. 그러자 직원이 답했다.
"무인양품에 뽑아쓰는 건 원래 없어요"
또 기가 막혔다. 이 매장에 없다고 무인양품에 원래 없다고 말하다니.
뭐라 말하기 귀찮아서 그냥 나왔다. 직원의 태도도 너무 퉁명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얼마전 종각역과 연결된 영품문고 지하에 있는 무인양품에 갔다.
집들이 선물로 시계를 사주기로 했기 때문에 전부터 내가 쓰던 벽걸이 시계를 사려했다.
소음없고, 가볍고, 있는 듯 없는 듯 한 디자인이 꽤 좋다.
아무튼. 고를 것도 없이 그 시계를 들고 계산대로 갔다.
전자제품은 키오스크계산이 아니라 매장직원을 만나서 보증서를 받는다.
계산대에서 조금 기다리니 직원이 왔다.
보증서를 써주면서 시계를 박스에서 열어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제품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 주세요"
시계를 꺼내서 손상된 곳이 있는 지 살펴본 후 작동하는지 확인부탁한다고 말했다.
시계의 본질은 시간을 표시해야 한다. 제품이상을 확인하는 것은 겉에 스크래치가 아니라 시계의 기계적 작동을 확인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상식상 건전지를 꺼내서 작동을 확인해 주는 것이 맞다. 그런데 직원은 건전지가 없어서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난 또 상식적으로 물었다. 그럼 가져가서 시계가 작동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러자 직원이 친절하게 답했다.
"네. 그럴경우 다시 매장으로 가져오시면 됩니다. 호호"
이건 키친타올 처럼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라서 그 직원에게 무엇이 문제인지 말했고 건전지를 가져다 주어서 시계가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말하지 않으면 시계는 모양만 보고 사야하는 무인양품이라니.

무인양품의 디자인을 좋아하지만 운영이나 직원들의 제품을 대하는 태도는 그 철학과 정반대에 서있다.
친절하게 웃으면서 불편을 안겨주거나, 매장직원이 제품에 대한 애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대체 뭐가 문제일까.
무인양품을 좋아하지만 점점 멀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이해가 안될때 외워서 하는 행동이 늘어간다.

JOB SOUND 2023-05-21

합리가 아닌 경우는 허다하지. 다만 타인과 함께 살기 위해서 불합리하지만 양보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 받아들이기 힘들어도 아무 말 없이 따르는 것도 이젠 이상하진 않다.
전세라는게 그렇다.
최근들어 깡통전세나 역전세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난 전세가 받아들이기 힘들다. 대단히 위험한 사채시장인데 이걸 한 사회의 시스템이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인다는게 말이다.
그래도 전세는 외우고 남들처럼 그냥 우겨서 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아파트 청약(맞나?)은 외우고도 이해가 안되서 시도할 의향이 없다.
신발은 신어보기 전까진 내 발에 맞는지 알기 어렵다. 핏이라고 부르는 그 미묘한 느낌도 있고. 같은 제품이 오래 나오는 경우 이미 내 핏에 가깝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사는 경우는 있지만.
아무튼 마트에서 감자를 고를 때도 이리저리 돌려보고 사면서 하물며 집을 모델하우스 보고 결정하다니.
채광이 어떤지, 풍광이 답답하진 않을지, 드나드는 길목의 불편은 감수할 수준인지 등등 따져볼 것이 너무 많다.
그런데 완성되지 않은 채 집을 사다니???????? 전국민이 부동산 사업을 하는 느낌인데 난 아니어서 굳이.
외울것이 더 많아지고, 이상하지만 입 꾹 다물고 남들이 하니까 따라해야 되는 상황은 삶이 비루해 지곤 한다.

우울하다.

JOB SOUND 2022-10-27

어이없이 좋은 사람을 떠나 보냈다.
난 금사빠까지는 아니다. 특히 사람에 대해서는 더 그렇다. 시간을 두고 봐야 아는 경우가 많아서다.
최근에 완전히 빠져든 작가가 한명 있었다.
알고 지낸건 3년 정도 되었으나, 서로 제대로 이야기 나눈건 작업실에 가서 같이 가구를 만들면서 처음이다.
30대 초반의 앞날이 기대되는 작가이자 기획자였다.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나 에너지가 좋았다.
세상 모든 것이 호기심 투성이였다고 말했다. 그러니 방황이나 충동으로 인한 충돌은 당연했을 터. 그런 이야기들이 참 좋았다. 무르익지 않아서 좋았다고나 할까.
후회할 일이 없는 삶이라는 건 말이 쉽지 행동은 참 어려운 법.
나의 30대가 부끄럽게 느껴진 건 진짜 오랜만이었다.
그만큼 빠져들었다고.
앞으로 작업에 대한 기대도 많았고.
그의 어머니를 만나고 싶을 만큼, 성장기의 실험태도는 매력이 있었다.
어제 그의 죽음을 전해 들었다.
다시 한번 내일이 없다는 것을 느낀다.
우울하다. 당분간 그럴 것 같다.

페이스북

JOB SOUND 2022-08-18

페이스북은 꽤 상식에 가까운 온라인 의사소통과 즐거운 미디어였다.
어느날 내 게시물이 시간 순서대로 쌓이고 노출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피드에 페이스북의 판단. 즉, 인기있을 만한 포스팅을 골래내는 알고리즘이 적용됐다.
내 의지를 대신 해주는 것 처럼 포장되었지만, 내 친구들에게 내가 어떤 생각과 어떤 행동이 좋아요를 많이 받을지 선택을 포기하라는 것과 같았다.
Mac에서 오토메이터 매크로를 이용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규제인데, 개인 유저는 별다른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피드 가운데 광고가 들어섰다. 마치 내가 구독 중인 개인의 목소리로 착각할 만큼 집요했고 노출빈도는 나날이 높아졌다.
페이스북을 사용할 이유가 더 이상 없었다.

저급한 입시 컨설팅의 기억

JOB SOUND 2022-08-04

2010년대 초반. 기가막히 전화를 받은 기억이 있다.
무슨 무슨 입시학원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당시에도 보이스피싱이 있었기 때문에 끊으려고 했는데 조금 더 들어보니 내가 하는 일을 잘 알고 있었다.
그저 이름과 주민번호 정도의 개인정보가 아니라 나름 열심히 조사해본 느낌 같았다. 요지는,
내가 기획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에 청소년이 참여하게 해달라.
기획단(?)처럼 자신이 만들어서 나에게 붙여주면 한번 만나도 되고 이메일로만 내용을 주고 받아도 된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 기획자로 고등학생들 이름만 넣어달라는 것.
뭐 어쩌고 저쩌고 더 말이 많았지만 요약하면 그렇다.
5-6명 정도 명단을 줄 것이고, 나는 도장만 찍어주면 머릿수에 따라 수백만에서 수천까지 돈을 주겠다는 것.
화가 났지만 이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자세히 물었던 것 같다.
물론 전화를 끊으면서 정신 차리라는 취지를 말하긴 했다.
생기부에 몇 줄을 남기기 위해서 컨설턴트가 나서고, 그 몇 줄은 돈으로 계산되고 있었다.
요 며칠 교육부장관에 대한 뉴스를 보다가 또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능력주의, 공정성, 절차의 정의...등등은 결국 돈앞에 무릎을 꿇는다.

뉴스나 소셜미디어

JOB SOUND 2022-05-21

소셜미디어와 뉴스를 안보고 산지 2년이 되어 간다. 지인들과의 일상적인 대화속에서 내가 당연히 알것 이라고 생각하고 생략하며 이야기 나누는 일이 잦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듣고 넘어가는 일이 주로 많지만, 가끔 대화의 맥을 잘 못 잡거나 중요한 경우에는 내가 모른다는 걸 말해 줘야 한다. 뉴스를 끊고 나니,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만한(또는 알고 있지 않으면 안될)사건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내가 하는 일이 정보를 기반으로 해야 할 경우가 많은데 뉴스와 소셜미디어에서 단절되는 것은 스스로 어렵게 살겠다는 선언과 같다. 정보를 얻는 방법이 제대로 알거나 전혀 모르거나로 양분 되는 것이 목표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정보는 지인들과의 만남이나, 공적인 회의에서 접하게 되는 일이 자주 생긴다.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

세상 모든 사람이 연결되어 있는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는 피로에서 자유로와 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정보를 선택하는 것 밖에. 정치인, 연예인, 사건사고의 절대다수 이슈가 진짜 인지 확인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해득실을 따지는 계산 속에서 나온 정보다. 소셜미디어는 지인의 정보인듯 보이지만 끝없이 광고에 노출되거나 지극히 편향적 정보로 빨려 들어가게 짜여져 있다. 나처럼 하라고 말하고 싶어도 강요할 순 없고, 자본에 종속되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자란 탓에 이젠 좀 둔감해졌기 때문에 잔소리를 하는 편은 아니다. 무엇에 감동하고 아름다움을 느끼는지 타인의 취향과 비교하며 살 필요가 없어서 다행이다. 맛있는 음식에 대해서 말하고 까다롭게 고른 와인을 마시는 건 즐겁다. 굳이 평점 높은 음식점을 찾기 보다 내 취향을 아는 지인의 경험으로 추천받는게 당연히 좋은 법이다.

기성복(?)의 미스테리

JOB SOUND 2022-04-29

오랜 미스테리다.
디자이너들은 왜이러는지.
바지를 살 때 길이에 맞추면 허리가 크다.
허리에 맞추면 길이가 짧다.(같은 말인가?).
아무튼. 살찐 사람들이 길고 긴 바지 길이를 줄여 입어야 하는 수고로움은 자주 본다.
키큰 사람들이 허리가 굵을 것이라는 통계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 발상인가 모르겠다.
길면 줄여서 입는다지만, 짧은 건 늘일 수 없다.
허리를 줄여 입으라고? 시도해 봤지만 소용없다. 영 불편하다. 모양이 항아리가 되는 건 그렇다 쳐도 바지가 겉돈다.

20대 대선, 13명의 대통령.

JOB SOUND 2022-03-10

이름이 자주 거론되진 않지만, 윤보선 / 최규하 대통령은 한국 근대사에서 중요한 인물임에 분명하다.
더구나 윤보선 대통령은 의원내각제였던 한국의 역사를 증명해 주는 인물이 아니던가.
아무튼 역사에 기록으로 남을 사람을 어제 뽑았는데...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 다수의 판단과 선택이란걸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가 나옴.
하긴 박그네가 대통령을 해 먹은 나라에서 누군들 못하겠나.
또 한번 이기적으로 살자고 다짐하게 되는 계기.

R.I.P 김정주

JOB SOUND 2022-03-02

넥슨의 김정주 회장? 대표? 이사? 요즘에 워낙 직함이 헷갈려서 모르겠다.
아무튼 김정주 대표와는 두 번(세번인가?) 만나서 얘기 나눴었다.
이런 부자랑 만날일이 그리 흔치 않아서 신기하게 생각했다.
돈 많으니까 좋으냐고 묻고 싶은데...예의가 아닐 것 같아서 못 물었다.
부고를 접한 지금 그때 좀 물어볼걸 하는 생각이 든다.
나한테는 꽤 좋은 인상으로 남아있다.
회사에선 어떤지 몰라도 쿨한데 재수 없지 않은 그런 사람.
명복을..

레이즈드 바이 울브즈

JOB SOUND 2022-02-25

HBO에서 방영 중인데 Rised by wolves를 한글로 옮겨 적기도 어렵고 발음도 어렵다.
레이즈드 바이 울브즈...
만약 극장개봉한다면 레이즈 울프? 정도로 했었을 것 같다.
과학과 기술이 인류 문명의 끝까지 닿았을 때,
지식과 능력을 다수의 대표가 독점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상상력.
즉, 종교가 전정을 일으키고 인간과 문명을 파괴한다.
이런 설정은 진짜 현실적이다.
살아남은 무신론자는 안드로이드 한쌍을 지구와 비슷한 행성으로 인공배아 여섯기(?)와 함께 보낸다.
안드로이드 혹은 휴머노이드가 된 로봇은 마더와 파더.
마더와 파더 모두가 여섯명의 아이들을 키우면서 기본은 보육기능을 수행한다.
하지만 프로그래밍한 둘의 목표가 다르고 역할이 나눠있다.
마더는 문화와 관계에 대한 대사와 행동이, 파더는 기술과 생존이 탑재된 것 처럼 묘사된다.
개연성이 부족하거나 섬세한 스크립트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대충 그런 분위기다.
시즌 1은 그래서 재밌게 봤다.
2년이 지나 시즌2가 시작되었는데 허걱.
제작과 감독을 바꾼것인지 작위적 대사와 설정이 난무한다.
궁금해서 보고 있긴 한데 실망스럽다.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