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제로원의 요청으로 기고한 글. 링키라는 키네틱 토이인데 상당히 흥미롭다. 단순한데 충분하다. 대부분 교육용으로 만들어진 패키지는 과잉친절로 망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링키는 그런 점에서 좀 좋았다. 대박났으면 좋겠는데...하는 생각이 반, 한국에 부모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과잉을 선택해야 팔리나 하는 생각이 반이었다. 아무튼 응원.


LINKKI, a kinetic toy

김탕(PaperCompany_Urban 큐레이터)

귀신이 무서운가. 만약 무섭다면 그 감각의 실체는 무엇일까. 깜짝놀라는 것이나 패닉이 아니라면 무서움은 일종의 심상이다. 그럼 질문을 바꿀 수 있다. 귀신을 봤기 때문에 무서운 것일까 귀신이 나올까봐 무서운 것일까? 절대다수에 가까운 사람들의 이유는 후자에 해당한다. 인간은 ‘모르는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물론 알게되었을 때 더 무서워지는 경우도 있겠으나, 그 공포의 질감은 확연히 구별 할 수 있다. 대상을 인지하는 것은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고, 이는 내가 알고 있다는 것에 의해 안전 또는 안정감을 얻는다. 그래서 대상을 예측 가능한 범위에 두고 내가 직접 취급(handling)하려는 욕구 안에는 ‘알고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자리한다.

LINKKI는 모듈로 구성된 창작도구다. 도구는 어떤 시기에 특별히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게 되는 경우는 대부분 표준을 따른다. 수동 또는 전동 드라이버는 판매하는 거의 모든 나사에 들어 맞아야 한다. 효율적이어야 하기 때문이고, 자원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함이다. 이런 표준은 온라인에서도 그러하며 도시계획도 적용된다. 누구나 접근 가능하도록 디자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반면 창작도구는 성격이 다르다. 기초가 되는 도구 적용은 표준을 따르지만 오히려 결핍과 부족을 디자인하는 것이 상상력을 더 자극하는 법이다. 필요가 생산해 내는 상상력에 가깝다. 더구나 교육을 위한 창작도구를 구상한다면 가용자원을 최대한 이용하려는 의지를 불러일으키거나,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확장해 나갈 것인지 몰입하는 경험 영역을 디자인하는 것이 관건이라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링키에 주목하자. 영,유아기를 벗어난 어린이는 크다/작다에 대한 인지로 부터 통제가능성을 찾는다. 오브제와 도구의 활용이 손안에서 시작하고 팔 둘레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가능한 범위안에 위치하면서 통제의 안정감을 찾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단지 어린이 만에 해당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노작(hands on)은 작업 및 교육의 시작단계에서 스케일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작동한다. LINKKI의 구성을 보면서 노작과 움직임이 어떻게 결합하는지 살펴보게 된다. LINKKI는 크게 조립/해체/움직임의 순서로 창작과정에 개입한다. 첫째는 조립이다. 기준이 되는 프레임이 있기 때문에 조립가능하다. 매뉴얼에 따라 기초 디자인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조립은 창작의 기준점을 제시한다. 하지만 그 조립을 통해서 획득한 결과가 완벽하거나 근사한 작업이어서는 안된다. 디자이너의 의도 역시 그에 주목한다. 그래서 키트Kit라는 표현이 조심스럽고 꺼려진다. 하나의 키트는 최종 목적지가 정해져 있다. 그 과정은 키트의 제작자에게는 의미 있는 학습이 가능하지만 키트 사용자는 완성한 제품을 가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 LINKKI가 키트가 아닌 이유는 조립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작업의 ‘방향’을 가리킨다. 어떤 움직임이 가능할 것인지, 오브제가 수직운동으로 전환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이며 원리가 무엇인지 찾아가야 한다. 두번째로 선택적 해체다. 구조를 이해한다는 것이 노작과 결합하는데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을 찾으라면 단연 해체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LINKKI는 복잡한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해체가 어느정도 생략될 수 있다. 굳이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재조립 정도로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균일 크기로 배열한 펀칭보드에 다른 오브제와 부속물(parts)이 결합될 수 있도록 탈착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은 유효하다. 셋째로 움직임이다. 어떤 의미에서 LINKKI의 목표와도 같다. 하지만 움직임은 스토리를 동반한다. 왜 움직여야 하는지 이유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다. 움직이기 때문에 생성되는 스토리가 보드위에 전개되어야 한다. 이는 LINKKI가 워크숍을 통과하면서 교육도구로써 즐거운 접점이 된다. 스토리는 동일한 재료와 도구에 의미를 덧입힌다. 그리고 단 하나 밖에 없는 작품이 된다. 자기표현을 위한 도구라고 과하게 포장할 필요까지는 없다. 이미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개인의 경험이며 표현이다. 단지 무엇을 매개로 하는가에 따라 전달하는 메시지가 풍부해 진다.

LINKKI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스토리의 능동협업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워크숍에서 개별창작품이 개별 스토리를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하나의 스토리로 구성을 하거나 동시에 작동하는 연결된 구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가장 큰 강점은 역시 가볍고 간단하지만 움직임의 원리만 이해하면 얼마든지 결합가능한 구조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자동화를 시도하는 것 역시 매력있는 요소 중 하나다. 블럭코딩으로 마이크로비트를 이용하거나, 학교 앞 문방구에서 구입가능한 모터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LINKKI를 사용하게 될 대상이 아동/청소년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들에게 가장 익숙하나 응용력을 굳이 필요로 하지 않던 도구를 배우며 적용해 가는 방법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다음단계로 호기심의 방향이 정해지면 더 복잡한 방법과 도구를 탐색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키네틱이나 로보틱스등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자연현상과 물리법칙을 알게된 인간이 문명과 문화에 어떤 영향을 주고 받고 있는지 아는 것과 다르지 않다. 어쩌면 노작과 STE(A)M이 갑자기 화두가 된 것은 아닌 것과 흡사하다. 이미 우리는 문명과 예술이 어떤 경로로 지금 현재 이 자리에 놓여지고 있는지 성찰하는 가운데 이런 작업을 소개하는 것은 아닐까 한다.

현재 우리사회는 교육 방법론이 넘치고 재료와 키트, 매뉴얼이 흔하다. 아동/청소년이 무엇을 배우고 알게 되는지 보다 그들의 보호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광고카피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다시 귀신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아는 것은 두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이다. 우리는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고 무서워한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면 모르기 때문에 궁금하고 두렵기 때문에 알아내려는 의지가 생긴다. 결정적 포인트는 결국 완성가능한 경험을 만들어내기 보다는 불완전한 요소를 어떻게 노출 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창작을 위한 호기심과 모르는 것을 알게되는 과정에서 오는 몰입과 희열의 경험, 표현을 위한 매체 선택의 경험이 열리고 있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