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삶의 양식이라고 조작적 정의를 해 본다면 일상과 문화의 관찰을 통하여 사회적 관계 안에서 성장할 수 있게 돕는 것이 문화활동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문화적 행위를 포함한 문화활동이 문화시설을 근거로 발생한다고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모든 문화행위는 삶의 근거지에서 출발하는 것이지 문화적 공간이 주어졌다고 해서 활발한 무엇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예를 들어 학교문화를 상상해 보자. 학교에서 문화의 발생은 교실과 교실을 이어주는 복도이고, 하교길의 골목이며, 어른들의 간섭이 최소화된 자율적 공간에서 시작한다. 일상으로 그 연결고리가 된 삶의 연장선에 있지 않은 문화는 타자에 의한 조직 또는 조작에서 시작한다. 마찬가지로 문화공간은 문화환경의 연장선에서 시작한다. 문화예술교육의 근거지가 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우선, 문화활동은 문화공간에서 일어나는가에 대한 스스로의 질문이 필요하다. 문화공간이 충분하다면 급속하게 문화활동이 일어날까 라는 의문이다. “충분”이라고 하는 기준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문화적 환경과 문화공간은 연관성을 가진 것이 분명하다. 문화예술회관, 문화원, 문화의집, 문화센터 등등. “문화”라는 단어를 직접 사용하는 문화공간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더구나 지역의 국공립도서관, 다양한 규모의 갤러러, 작은도서관, 평생교육센터, 예술창작센터등 여러방식으로 존재한다. 이때 문화행위가 공간이 규정하는 것으로 출발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 보아야 한다. 즉, 문화행위 기준이 되는 것이 공연을 보고, 예술콘텐트로 동아리를 만드는 것 등의 단순한 패턴이 우선 연상된다면 문화예술교육의 장을 협소하게 상상하는 것에 그치기 쉽다. 문화예술교육은 기존의 교육패러다임으로 부터 벗어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 왔다. 정책과 제도, 사업등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철학과 그 노력이 변질되어 보이기는 하였을 것이라고 본다. 문화예술교육매개자인 교사가 있고, 이미 생산해 둔 교육 콘텐트를 커리큘럼으로 가지고 있으며, 그 콘텐트를 소비할 학생이 있다면 가능할 것이라는 단순한 발상은 일단 제외해 두자. 모든 사람을 위한 예술이 모두에게 똑같은 내용과 형식의 문화/예술교육으로 일관성있게 제공되어야 한다는 발상자체가 비문화적, 반예술적 행위이기 때문에 말하고 싶지 않은 테마다.

공연시설을 운영할 주체가 어떤 태도를 가지고 일을 하는가에 따라 “문화공간”이 되는가 “대상을 만족시켜 실적을 만드는 공연시설”이 되는가로 구분된다. 문화가 형성되고 예술행위가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곳은 요구에 의한 자생적 발생이고 문화예술교육은 스스로 재생산 구조를 끊임없이 생산해 낸다. 즉, 공간을 매개로 한다는 말은 그 자연스러움을 이해한 사람들로 부터 나오는 요구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지금의 문화예술교육이 발생하는 공간은 대부분 자연스럽다기 보다는 억지스러움에 더 가깝다. 더구나 지역문화가 담아낼 수 없는 (오히려 외면하는) 공간자체가 생겼다고 해서 새로운 문화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런 예는 지역에서 쉽게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지역에서 몇 몇 사람들이 의기투합하여 엄청난 예산규모를 끌어들여 문화시설을 지어 놓았으나, 적당한 콘텐트를 만나지 못해 정체성자체가 흔들리는 경우는 허다하다.

더구나 대량생산하려는 의지는 문화예술교육의 공간적 개념으로 부터 점점 멀어지게 한다. 공연 및 그와 관련한 시설을 만든다고 가정해본다. 대단위 공연장을 중심으로 하거나, 전시실을 만드는 것에 주력한다. 문화예술에 관심을 가진 불특정 다수의 개인과 집단이 함께 공연장을 사용하려고 하면 그 인원수가 가장 중요하다. 물론 큰 공연장이 때론 필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곳에서 자생적 문화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유는 단순하다. 보통사람이 공연장에서 소비재로써의 예술콘텐트를 향유하면서 문화예술교육의 가능성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로, 경험재로써의 문화와 예술에 접근하면서 문화예술교육의 가능성을 찾아야 하는 것은 균형감 있는 문화예술교육 세팅의 태도다. 교육을 통한 자발적 공연 콘텐트가 생겨났을 때 대규모 시설에서 관객을 채우느라 급급해야 하는 이유는 없다. 더구나 소규모의 교육생집단이나 동아리들의 다종 장르를 모아 발표회 형식을 만들었을 때 그 맥락없는 나열밖에 되지 않았음을 알고 있지 않은가. 문화시설이나 공연장, 예술활동이 가능한 시설을 만들 때 가급적인 소집단의 다종생산이 가능하도록 디자인 하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 그것이 문화예술교육공간 설계의 기본이다. 밴드연습실이 있다면 그 연습실을 무대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 천명의 객석을 확보하는 공연장 하나를 만들려면 100-200명단위의 공연장 여러 개로 분할하는 것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적합하다. 예산이 항상 문제라고 말한다. 지금 현재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공연장에 가보라. 초기 예산으로 각종 장비를 들여왔는데 전혀 사용하지 않아서 처분되는 장비들과, 보기에서 그럴싸 하게 포장하기 위해 준비된 것들이다. 사용자중심에 서서 공간이 확보되는 것에 주력하는 것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