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이 보안에 취약 할 뿐더러, 검열가능하고 검사의 종이 한장이면 프라이버시를 탈탈 털어간다는 기사가 나오자 사람들은 우수수 카카오톡에서 텔레그램으로 이사를 결정했다. 이때 내 텔레그램은 엄청 정신 없었다. 내 주소록에 있는 사람들이 계속 가입했다는 정보가 알려왔다. 피곤해서 알람을 해제해야 했다. 그러면 메시지가 텔레그램으로 왔는가하면 또 그것도 아니다. 그냥 카카오톡이 싫다며 잠시 사용을 접어둔 것 같다. 두 세달 지나자 시들해진다. 그러다 한동안 뉴스에 도배되었던 박사방이 텔레그램 메신저를 이용해서 벌였던 참기힘들 정도의 범죄가 있었다. 그때 내 텔레그램은 또 난리였다. 알람을 없애야 했다. 이번에 텔레그램 탈퇴 메시지가 계속 떴다. 참 피곤했다. 사람들 왜 이러나 싶기도 했고.
VK(브콘닥테)는 러시아의 소셜미디어다. 2012년 VK는 러시아의 정보검열에서 자유롭지 못하자, 개발자(둘이 형제다)들은 텔레그램을 만들며 정보검열과 프라이버시 침해로 부터 프리할 것을 약속하며 새로 시작했다. 비영리로 운영되기에 창업자의 철학과 의지가 꺾이지 않는 한에서는 가장 믿음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난 박사방 사건이 일어났을 때 아이러니 하게도 오히려 텔레그램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웃지못할 일이 생겼다. 우리가 얻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반드시 잃는 것이 있다는 그 단순한 원리 같은 걸 다시 느꼈다고나 할까.
2022년 우크라이나 국민은 텔레그램으로 소통하며 정보를 교류한다. 가장 안전하고 범용적이며 대중적으로도 사용가능한 소통창구이기 때문이다. 팔랑귀 국민들이 텔레그램 욕하는 사이, 가장 안전한 의사소통을 기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테크는 진화하고 있는 듯 하다. 우리는 무엇을 응원하고, 어떤 의사소통을 희망하고 있는지 문득 의문이 들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