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초반. 기가막히 전화를 받은 기억이 있다.
무슨 무슨 입시학원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당시에도 보이스피싱이 있었기 때문에 끊으려고 했는데 조금 더 들어보니 내가 하는 일을 잘 알고 있었다.
그저 이름과 주민번호 정도의 개인정보가 아니라 나름 열심히 조사해본 느낌 같았다. 요지는,
내가 기획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에 청소년이 참여하게 해달라.
기획단(?)처럼 자신이 만들어서 나에게 붙여주면 한번 만나도 되고 이메일로만 내용을 주고 받아도 된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 기획자로 고등학생들 이름만 넣어달라는 것.
뭐 어쩌고 저쩌고 더 말이 많았지만 요약하면 그렇다.
5-6명 정도 명단을 줄 것이고, 나는 도장만 찍어주면 머릿수에 따라 수백만에서 수천까지 돈을 주겠다는 것.
화가 났지만 이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자세히 물었던 것 같다.
물론 전화를 끊으면서 정신 차리라는 취지를 말하긴 했다.
생기부에 몇 줄을 남기기 위해서 컨설턴트가 나서고, 그 몇 줄은 돈으로 계산되고 있었다.
요 며칠 교육부장관에 대한 뉴스를 보다가 또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능력주의, 공정성, 절차의 정의...등등은 결국 돈앞에 무릎을 꿇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