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커뮤니티

한국사회에서 다수의 인간이 누리는 물리적 공간 “집”과 “지역”의 선택은 경제력에 달려있다. 어느 지역에 살 것인가 뿐 아니다. 집의 규모와 모양새 역시 그렇다. 서울에 살기 위해서는 교통체증을 견뎌야 하고, 포화상태의 문화를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한다. 휴식 또는 쉼이란 개념으로써 집이 아니라 보유하고 있는 재산이나 재화가 우리 삶의 물리적 공간을 만들어 낸다. 이런 상황에서 커뮤니티에 대한 개념을 근대이전의 마을공동체에 대입하거나 모델로 삼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공지원에서 커뮤니티가 개인화된 현재의 삶과 경제력에 따른 근거지 선택을 간과한 채, 공동체의 복원을 이상향처럼 말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미 우리는 빈곤포르노그라피의 천박한 상품성을 인식하는 사회로 진입했고, 젠트리피케이션이 단지 힙스터가 버리고간 문화가 아니라 부동산투기의 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아버렸다. 그렇다면 현재 커뮤니티를 어떤 관점으로 볼 것인가. 복원의 대상인가 새로운 조합인가. 이러한 논의를 조금 더 진전시키면서 단지 “정이 넘치는” “훈훈한” “즐거운” 등의 수식어가 붙지 않아도 커뮤니티에서 나의 필요에 따라 뭉치고 흩어지고, 사생활을 지킬 수 있고, 남아돌지 않아도 충분하게 나눠가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이 관건이다.

2 한국사회의 가옥구조

가옥구조를 들여다 보면, 가족 구성원이 모일 수 있는 곳은 거실과 식탁이다. 최근들어 거실에 TV를 없애고 원탁을 들여놓아 대화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반면, 식탁은 어느 순간 가사노동이 홀로 고립된 상황에서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의도로 오픈 되었다. 그 덕분에 주방과 식탁이 같은 곳에 위치하고 거실과의 경계도 모호해졌다. 안방에 모여서 밥을 먹는 드라마 속 장면 처럼 주방과 분리된 식사 장면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덕분에 식탁에 모여 앉는 시간은 정해진 약속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배를 채우는 문화로 바뀐다. 현대인의 바쁜 삶에서 빨리 먹고 빨리 치운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모이기 보다는 각자의 쪼개진 스케줄을 맞추느라 주방과 식탁이 효율이 넘치게 디자인된 것이다. 이때 식탁은 터미널의 기능은 하지만, 의사소통의 기능이 없다. 이때 정해진 룰이 아닌데도 그렇게 살고 있는 우리 모습을 버즈아이뷰로 보는 것이 필요할 듯.

3 비건의 도시락

우리 사회에 채식을 선택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채식주의는 일종의 환경운동이며 비건은 한개인에게 사회에 던지는 선언과 같다. 채식전용 식당을 찾는 것이 어렵기도 하고, 채식을 위해서라면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식사자리를 피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더욱 힘들어진다. 단지 극단적인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그렇다. 어딜가든 자극적인 양념과 과한 당류가 식당에서 제공되니 피하는 것이 더 힘들다. 최근들어 회사내부에서 음식이 다양해졌다고 하지만, 결국 공장에서 대량생산으로 만들어지다보니 선택의 폭은 점점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혼자 만들어야 하는 도시락은 개인에게는 버겁다. 한끼를 준비하기 위해 재료를 사는 것 부터 다양한 메뉴를 만들 수도 없다. 만약 당뇨식이라면 어떨까. 신장투석 중이라면 염도의 조절은 필수다. 이런 식사를 준비하고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아침모임이 있다면 충분히 이용할 만한?

4 생일 또는 파티

언제부턴가 생일파티를 식당을 찾게 되었다. 물론 편의성에서는 식당에서 밥먹고 헤어지는 것이 가장 좋다. 바쁜 현대인(참 지겨운 표현이다)에게 편의성 보다 좋은 것은 없다. 신경쓰지 않아도 돈내면 누군가 해주니 얼마나 편리한가. 그럼 사람들은 이 키친을 이용할 필요는 없다. 바쁜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커뮤니티 키친을 이용할 이유는 없다. 생일상을 마련해 주고 같이 장보는 것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을 흔쾌히 내주는 부모에게 이 키친은 유용하다. 자녀의 생일이면 미역국을 끓이고 따뜻한 쌀밥을 지어 김치와 함께 한끼를 먹고 맛있는 디저트를 나누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그 공간이 집이라면 불가능할 수 있다. 여러명이 앉기도 불편하고, 주방이 좁다면 유용하지 않으려나?

5 레시피

레시피는 온라인에 흔하다. 지금은 먹고 싶은게 있으면 웹에서 검색을 하고, 흔하디 흔한 블로그를 뒤진다. 읽기도 귀찮다면 유튜브를 본다. 참 편리한 방법이다. 그래서 어른들에게 묻지 않는다. 커뮤니티안에서 레시피를 모아보는 것은 이런 편리함을 뒤로 하고 키친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써놓은 흔적의 결과를 모으는 작업이다. 효율적인 레시피는 일단 스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