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의 시간

  1. 시간(時間/space) 시간은 변화를 인식하거나 가늠하기 위한 개념입니다. 변화없는 물질과 사회는 없습니다. 인간과 삶은 그 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의 영향에 종속관계에 놓입니다. 흔한 속담에서도 변화에 대한 감지나 세월, 계절등이 절대다수인 것이 방증이 되기도 합니다. 말그대로 시간은 때와 때 사이입니다. 수천년간 인간은 시간에 대한 경험과 성찰을 기록하고 연구해왔습니다. 물론 현재진행형입니다. 아직 우리는 시간을 정의하고 있지 못합니다. 현대에 와서 물리학은 상대성이론이나 중력파등으로 시간의 개념을 증명하거나 정의하려는 노력을 해왔고, 사회학과 심리학은 우연성/공시성/주관적시간등을 연구해왔습니다. 예술과 미학 역시 시간과 밀접한 관계로 부터 주제화를 시도하거나 감각하는 방법을 제시하려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맺고 묶어 놓는다는 의미의 “약속”은, 당연히 올것이라 생각한 미래의 시간이 주된 대상입니다.

  2. 10대의 시간 우리는 나의 삶의 주인이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삶의 주인이 자기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 텐데 왜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될까요. 자기 자신이 자기 삶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겠지요. 누군가에게 시간의 종속관계에 놓여 있다고 가정해보세요. 매우 극단적인 예로는 감옥에 갇혀 있는 상태라면 누군가에게 시간과 공간을 종속당한 상태가 됩니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분명합니다. 그럼 지극히 보편적인 삶을 살아간다고 느끼는 다수의 사람들은 어떨까요. 선택의 차이는 있지만 우린 경제활동을 위해 누군가에게 저당잡힌 노동을 하며 살아가고, 일상에서는 온전히 자기를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 편지의 주제인 10대의 시간을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시간을 주도적으로 쓰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나 바람과 다르게 현실에서는 10대의 시간을 쥐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어느 교장선생님의 졸업식 연설에서 You Only Live Once(YOLO)의 논리적 취약성을 말하면서 You Live Only Once(YLOO)를 살아야 한다는 문장이 기억납니다. 한번의 인생(시간)을 사는게 아니라 매일(시간)을 살아가기 위해서라면,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이 방종을 허가받은 것이 아니라 원래 내 것이니 소중히 여기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혹시 우리사회는 10대에게 그 매일을 확신없는 미래에 저당잡히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지 않은가하는 성찰이 필요한 때입니다.

  3. 이 글을 읽는 부모님들의 10대 어린시절 또는 10대의 시간을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라면 절대다수가 학교를 기억하고 있을겁니다. 걸어서 학교에 다니고, 방과후가 되면 운동장과 골목에서 친구들과 오후를 보냈습니다. 토요일이면 오전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발걸음의 가벼움. 손꼽아 기다리던 방학. 도시에서 성장하셨다면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눌 정도로 학생수가 많았을테고, 중학생이 되었을 때 한 학급의 학생수가 평균60명이었을 겁니다. 경쟁이 없었을 때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런데도 스스로 선택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자기 경험(시간)이 지금의 나로 살 수 있게 한 자양분이 아닌가요? 그렇게 성장한 어른들인데 어째서 우리사회에서 지금의 10대에게는 시간의 경험을 내어주지 못하는 것인지요. 사회가 변하고 시대가 바뀌고 구조가 달라졌습니다. 틀린 표현이 아닙니다. 달라졌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시간의 주인이 자기자신에게 있다는 명제에 가까운 말을 반복하며 10대의 시간을 어른이 구성하는 아이러니가 지금 우리의 모습입니다. 당장 우리사회의 10대에게 시간을 돌려 줄 순 없을것 같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무엇인지라도 함께 작업하며 생각해 보는 경험의 장을 열어보려고 합니다.

  4. 무엇을? 이번 시즌은 “10대의 시간”입니다. 물리적/심리적/정서적 시간을 다룹니다. 워크숍은 아티스트와 작업자들로 구성된 팀이며, 시간의 개념을 작업으로 전환하여 입체적으로 접근합니다. 구체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성과목표가 아니라 사유의 영역으로 부터 노작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여전히 다양한 재료/도구/테크놀로지로 구성합니다. SEED의 여덟번째 시즌 역시 본질적 접근을 위해 감각적 재미와 즐거움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을 예정입니다. 하이터치(Hi-touch)와 하이테크놀로지(Hi-Tech)의 균형을 찾아가면서 본격적으로 시간을 탐구하려고 합니다.

고대철학자인 헤라클레이토스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오늘이 있는 작업장에 초대합니다.